[평신도 영성 나는 평신도다] (15)한국 교회의 현주소 3 : 쉬는 신자

강세종
2019-03-21
조회수 3806

[평신도 영성 나는 평신도다] (15)한국 교회의 현주소 3 : 쉬는 신자

신자들에게 영적 충만함 주고 있는가

요즘 쉬는 신자 문제가 교회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현재 대다수 본당에서는 이 문제가 먼 산의 불이 아니라 발등의 불이 된 지 오래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냉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요. 우선 냉담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원인을 알아야 해법을 알 수 있으니까요.

우선 현행 교리 방식의 문제를 살펴볼 수 있겠습니다. 냉담은 머리로만 배우는 교리교육 방식, 혹은 구체적으로 종교에 대해 배우지 못하고 가족과 이웃의 권유로 자신도 모르게 대충 종교를 가지게 되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입식 교리교육 정답일까

현재 교리교육은 주입식 교육에서 아직 탈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경과 교리를 공부로 가르칩니다. 이렇게 공부한 것이 얼마나 머리에 오래 남아 있겠습니까.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한번 공부를 하면, 그것이 평생 머리에 남아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배우는 것이 극히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농경사회가 아닙니다. 매일 수없이 많은 정보가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우리의 머리는 그 정보들을 매일 흡수하느라 피로도가 심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것이 머리에 들어와도 다른 것으로 이내 대체가 됩니다.

또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끼리끼리 문화입니다. 대부분의 예비신자들은 가까운 이웃이나 친지의 권유로 성당에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세례를 받은 후에도 그 권유자를 중심으로 모임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성당에 인도해 주신 분만큼 감사한 분이 또 있겠습니까. 하지만 평신도 신앙의 중심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이어야 합니다. 성당이 친목 모임 비슷하게 흐르다 보니 그 친목의 끈이 끊어지면 갈 곳이 없어집니다. 성당의 모든 친목은 하느님과의 친목을 위한 것입니다. 이러한 친목은 뜨겁습니다. 이 뜨거움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금방 차가워지는 것입니다. 쿨(cool)해지는 것입니다. 예비신자 분들이 영적으로 차가운 겨울을 보내지 않도록 우리는 뜨거운 옷을 만들어 드려야 합니다. 그 두툼한 옷을 만들어 드리는 작업이 바로 참 교리입니다. 참 소공동체입니다.

또 세례받은 직후에 바로 과다한 봉사활동에 뛰어들어 자신의 기력을 소진시키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것도 문제입니다. 봉사는 영적으로 어느 정도 성장한 이후에 해야 합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닮으려고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지, 일하려고 신앙을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일은 종교가 없는 사람도 잘합니다. 우리는 영적인 일을 해야 합니다. 일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일이 우선이 아니라 영이 우선이라는 말입니다.

종교의 불완전함에서 오는 불만

냉담의 또 다른 원인은 종교적 삶에 대한 불만입니다. 특히 일부 종교 지도자들의 나약한 모습을 통해 불만과 불평이 쌓이고 이를 통해 종교적 냉담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기성 종교의 소소한 생활에 대한 제한, 기성 종교의 불완전함 등에서 오는 불만들은 무의식적으로 종교적 불만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이처럼 종교적 냉담 중 상당 부분은 종교에 대한 불만 속에서 나타납니다.

이렇게 되면 평온함을 찾기 힘들어집니다. 성당에 가도 추운 느낌을 받습니다. 뜨거워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이렇게 냉담에 빠지게 되면 일상에서 종교적 충만함을 경험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기도, 미사 참여와 같은 종교적 활동이 고통스럽고 지루한 시간이 되고 맙니다. 복음화는 불가능해지죠. 그리고 온통 죄의식에만 사로잡혀서 평화를 누리기 힘듭니다.

죄의식 또한 쉬는 신자들이 성당에 나오지 않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나쁜 짓만 하며 살려고 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습니까. 1년 내내 죄를 짓겠다고 다짐하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죄의식에 너무 사로잡히면 안 됩니다. 물론 우리 각자에게는 부족한 점이 있지만, 대부분 평신도는 열심히 잘 살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80~90% 열심히 살려고 한 것을 감사하고 다짐하면 되는데 고작 10% 정도 잘못한 것에 매여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입니다.

이제 하느님에게서 떨어진 삶이 아닌, 하느님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평신도는 세상에 외롭게 던져진 존재가 아닙니다. 하느님에 의해 축성된 하느님의 자녀, 하느님의 백성입니다. 이제, 평신도들이 세상 안에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정치우(안드레아, 새천년복음화학교 교장)

가톨릭평화신문 2019.03.24 발행 [1507호] 기사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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