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영성 나는 평신도다] (7) 한국 교회의 현주소 1 - 무대에 조명은 켜지고

강세종
2019-01-18
조회수 4236

[평신도 영성 나는 평신도다] (7) 한국 교회의 현주소 1 - 무대에 조명은 켜지고

복음화율 10%에 안주할 것인가

‘교회의 역사’라는 연극을 올리려 합니다. 각본은 성부, 연출은 성자입니다. 그 지휘를 받는 배우들은 성직자, 수도자들이 맡았습니다. 또 조명은 성령이, 무대감독은 교회가 맡았습니다. 모두 준비됐습니다. 그런데 뭔가 허전합니다. 아~하. 의상과 소품, 분장을 맡을 사람(평신도)이 필요합니다. 무대 뒤에 가려져 있지만, 그들이 없으면 연극의 막이 올라갈 수 없고, 설사 올라간다고 해도 성공리에 연극을 마칠 수도 없습니다. 연출 감독(그리스도)은 “이번 연극이 성공할 수 있도록 최고의 의상 담당, 소품 담당, 분장 담당자를 양성해야 한다”고 무대 총감독(교회)에게 명령했습니다. 지금 한국 교회가 올리려는 복음화의 장엄한 연극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복음화율 정체, 주일 미사 참여자 감소

한국 교회 복음화율이 10%를 넘어선 것이 벌써 10년 전의 일입니다. 이제는 어느덧 신자 수가 570만 명에 이르고 사제 수 또한 5200여 명에 이릅니다. 하느님께서 한국 교회에 내려주신 큰 축복이며 은혜입니다. 하지만 주일 미사 참여자 수는 2010년 27.2%로 뚝 떨어지더니 2016년에는 19.5%로 처음 심리적 저지선이었던 20% 선마저 무너졌습니다. 고해성사와 영성체 관련 조사에서도 과거에 비해 현저히 횟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유아 세례자의 급감은 우려할 만한 수준입니다.

최근 사회의 우울한 모습들도 신앙인들의 ‘바로 서기’를 강력히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혼과 낙태, 자살률은 매년 높은 수치로 증가하고 있으며 인간 생명에 대한 이러한 경시 풍조는 여러 가지 형태의 폭력과 비인간적 범죄의 증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황금만능주의는 인간을 극도의 이기주의로 내몰고 세상을 갈등과 투쟁의 장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새천년복음화사도회에서는 수년 전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와 공동으로 ‘21세기 한국 교회의 복음화 -현실과 미래’를 주제로 학술회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당시 발제자들이 진단한 한국 교회는 부정적 측면이 많았습니다. ‘오늘의 현실에 안주한다면 미래 교회가 불투명하다’는 것이 대체적으로 발표한 내용의 요지입니다. 그런데 더욱 내게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마지막 종합 토론에서 나눈 이야기 중에 오늘의 이와 같은 교회 현실을 교회의 지도자들이 정확히 보지 못하고, 이러한 의견들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현실적으로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분들이나 일선 사목 현장에서 사목을 담당하는 사제들은 현실을 진단하고 문제를 파악해서 그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기보다는 자기방어나 현실 안주에 치우쳐 있다는 것입니다. 교회의 근본 소명이 복음화에 있음에도 교회가 복음화에 대한 연구, 기획과 실천보다는 현실에 대한 자기 불감증에 걸려 안주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 결과로 양적으로는 신자 수가 늘어났지만, 영성적으로는 빈곤한 상태에 놓였고 신자들이 빈곤한 영성을 채우기 위해 다양한 곳을 찾아다니고 심지어 사이비종교나 신흥영성운동 등에 빠져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이제 바뀌어야 한다

예수님의 첫 기적은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바꾼’ 기적이었습니다.(요한 2,1-12) 그리고 요한복음은 이 첫 기적에 이어 성전 정화 사건을 소개하면서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마태 9,17)

정치우(안드레아, 새천년복음화학교 교장)

가톨릭평화신문 2019.01.20 발행 [1499호] 기사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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