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영성 나는 평신도다] (42) 제언(2) 수신(修身)② : 이 시대의 힐링

강세종
2019-10-10
조회수 2942

[평신도 영성 나는 평신도다] (42) 제언(2) 수신(修身)② : 이 시대의 힐링

진정한 힐링과 치유 원한다면 하느님께 기도하세요

얼마 전 한 50대 자매님이 피정을 다녀와서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저 힐링하고 왔어요!” 

요즘 힐링(healing)이라는 말이 참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힐링은 사전적 의미로 ‘인간의 정신적 신체적 상태가 회복되는 것’을 말하는데, 우리말로는 ‘치유’라고 번역됩니다. 사회적 의미로 힐링은 “힘들지? 나도 알아. 조금만 참아. 그러면 좋은 일이 있을 거야”라는 위로일 것입니다. 하지만 어설픈 위로는 진짜 현실을 보지 못하게 만들어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힐링의 원조는 예수님

우리가 기억할 점은 힐링(치유)이 2000년 전 저작권이 발효된 예수님 소유라는 점입니다. 힐링의 원조는 예수님이십니다.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마태 5,4)라는 예수님의 선언은 힐링의 처음이자 끝입니다. 예수님은 더 나아가 십자가 고통 뒤 부활의 영광을 통해 자신의 힐링 선언을 직접 증거했습니다. 예수님의 힐링은 혀와 귀에 달콤한 짝퉁 힐링이 아니라, 온몸을 적시는 진품 힐링입니다. 진품 힐링이 지금 우리 바로 옆에서 손짓하고 있습니다. 참 치유, 참 위로가 눈앞에 있는데, 덥석 받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요즘 힐링이 유행인 것은 어쩌면 우리 평신도의 삶이 고달프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프니까 청춘이다’ ‘아프지만,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말도 함께 유행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평신도 그리스도인이라면 조금 달리 우리의 현실을 봐야 합니다. 아프니까 이미 어른입니다. 아픔을 안고 신앙 안에서 영원한 진리를 향해 나아간다면 언젠가 진품 힐링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장 아파봤던 진품 힐링 예수님이 말씀하십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28)

하느님께 진정으로 의탁하고, 정말 간절히 청하면 치유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치유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치유란 과연 무엇일까요. 치유란 우리의 간절한 기도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입니다. 진실한 마음을 다해서 기도하면 하느님은 반드시 들어주십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자녀가 마음이 아프고 육체가 아픈 것을 하느님께서는 절대로 그냥 보아 넘기시는 분이 아닙니다. 저는 그것을 믿고 기도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기적으로밖에 말할 수 없는 기도의 응답을 수없이 봐왔습니다. 지금도 매일 그런 기적을 느끼고 있습니다. 모든 신앙인은 한 하느님을 믿고 고백하고 따릅니다. 모두 똑같이 하느님 믿고, 똑같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똑같은 성령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저의 기도나, 다른 신앙인들의 기도나 다를 바가 무엇이 있겠습니까. 제가 기도와 치유의 기적을 매일 체험한다면, 모든 신앙인도 그런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걱정 근심을 털어내기 어렵다고요?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내 안에 있는 것을 털어내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주님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입니다. 쓸데없는 걱정 대신 하느님 안에 머물고, 하느님의 뜻을 생각하고, 하느님 안에서 살아가려고 노력하면, 인간적인 걱정들은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레 없어집니다. 이렇게 마음에 평화가 생기면, 그다음에는 기쁨이 다가옵니다. 그렇게 기쁨이 오면 그다음에는 감사의 마음이 저절로 생겨납니다. 이때 감사의 느낌이 드는 것, 이것이 바로 충만한 행복감입니다.

제가(齊家)와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를 말하기 위해선, 가정의 복음화, 나라와 민족의 복음화, 세상의 복음화를 말하기 위해선, 나 자신이 바로 서는 수신(修身, 나 자신의 복음화)을 먼저 성취해야 합니다. 먼저 우리가 치유되고 기쁘게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세상 사람들이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고 말하지 않겠습니까. 

하느님의 은총을 구하자, 기도하자

물론 이 모든 것이 개인의 힘으로는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기도하자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은총을 구하자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은총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내립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다르게 차별이 있다고 느끼는 것은 개인적인 노력의 차이입니다. 노력하는데 은총을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것은 잘못된 방법으로 노력하는 것입니다. 

기도해야 합니다. 깊이 기도해야 합니다. 이 시대는 진실로 예배드리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치유는 우리의 기도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입니다.

정치우(안드레아, 새천년복음화학교 교장)

가톨릭평화신문 2019.10.13 발행 [1534호] 사목영성 기고문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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